AUGUST 08, 2017

박경주 하모 셰프_ 늦깎이 요리사가 만든 ‘환상의 비빔밥’

 

 

[미쉐린 ★셰프 릴레이 인터뷰]

박경주 하모 셰프 | 늦깎이 요리사가 만든 ‘환상의 비빔밥’

 

박경주 하모 셰프(59)는 지난해 미쉐린가이드로부터 별을 받은 24명의 셰프 가운데 가장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내년이면 환갑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에 단 두 명에 불과한 여성 셰프 중 하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요리라고는 집밥 외에는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박경주 셰프는 결혼 후 자식을 낳고는 쭉 주부로 지냈고, 40대 중반부터는 10년간 출판사 대표로 일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요리와는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셈이다.

 

10대 때부터 주방에서 요리를 배우고,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몇 년씩 경력을 쌓은 셰프들도 줄줄이 고배를 마시기 일쑤인 게 미쉐린가이드다. 환갑을 눈앞에 둔 비전문가 출신의 셰프는 어떻게 미쉐린 평가단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제 능력보다는 진주비빔밥 자체의 매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흔히 비빔밥을 격이 낮은 음식으로 여기는데, 정말 건강하고 균형이 잘 잡힌 음식이거든요. 예로부터 사랑받아온 우리 음식을 정성을 다해 만들자는 신념을 알아봐준 것 같습니다.”

 

하모는 육회비빔밥과 조선잡채 등 외국인에게는 비교적 낯선 진주 향토음식을 전문으로 한다. 박 셰프가 진주 향토음식을 다루게 된 데는 가족의 역할이 컸다.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진주를 찾을 일이 잦았는데, 때마다 전통시장에 들러 진주 음식을 접했다. 진주비빔밥과 육회를 판매하는 식당을 운영했던 시모에게 틈틈이 진주 향토음식을 배우면서 그 매력에 눈을 떴다.

 

“서울에서는 진주비빔밥을 파는 곳을 찾기 힘들어 늘 아쉬웠어요. 10년간 운영하던 출판사를 그만둘 때쯤 남편이 직접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요식업 경험이 전혀 없어서 오히려 겁 없이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자 기회라고 생각하고 뛰어들었죠.”

 

일단 결심한 뒤에는 이를 악물고 제대로 했다. 비빔밥연구소를 차려 10개월 동안 연구한 끝에 고유 레시피를 완성했다. 그동안 서울에서 진주를 오간 것만 수십여 차례. 원하는 맛이 나지 않을 때는 무작정 진주에 내려가 시장을 돌고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가 하루에도 몇 그릇씩 비빔밥을 먹었다. 노력을 알아봐준 걸까. 2012년 압구정에 문을 연 뒤에는 진주 음식을 제대로 하는 맛집으로 입소문을 탔다. 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도 작고하기 이틀 전 육회비빔밥을 먹고 갔을 정도로 진주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뜨거웠다.

 

미쉐린 스타 셰프가 됐지만, 박경주 셰프에게 요리는 여전히 어려운 상대다. 지금도 하루에 14시간씩 주방에서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끊임없이 연구를 한다.

 

“휘황찬란한 요리로 경쟁하는 건 자신이 없어요. 과하지 않은 조리법과 과하지 않은 양념으로 정성을 다할 뿐이죠. 예전 어머님들의 음식처럼 혀뿐 아니라 마음을 위로하는 요리를 하고 싶습니다.”

 

[류지민 기자 / 사진 : 최영재 기자]

 

* 출처 : 매경 이코노미 / 기사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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